IRP 세액공제 한도 900만원 조건, 연금저축 ISA와 비교해서 고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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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시즌마다 반복되는 고민이 있다. 세액공제 계좌를 어디에 굴려야 최대한 아끼느냐다. IRP, 연금저축, ISA. 이름은 다 들어봤는데 막상 세 계좌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본 사람은 드물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소득 수준과 투자 기간, 그리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굴리고 싶은지에 따라 유리한 게 갈린다. 숫자를 하나씩 따져보면 생각보다 명확하게 답이 나온다.

세 계좌의 세액공제, 차이는 ‘한도’와 ‘요율’에서 갈린다

절세계좌를 이해하려면 먼저 두 축을 봐야 한다. 하나는 납입액에 세액공제를 주는지, 다른 하나는 운용 수익에 과세를 하는지다. IRP와 연금저축은 납입액 기준으로 세액공제를 받는 연금계좌고, ISA는 납입액 공제 대신 운용 수익 비과세에 초점을 맞춘 계좌다.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는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종합소득 ~4,500만원 이하)는 연 900만원, 초과자는 연 600만원까지 납입분에 세액공제가 붙는다. 이 한도 안에서 IRP와 연금저축에 낸 돈을 합산해 공제받는다. 공제 요율도 소득 구간에 따라 갈리는데, 저소득 구간(총급여 5,500만원 이하)은 16.5%, 고소득 구간은 13.2%다.

여기서 짚고 갈 점이 하나 있다. 이 공제 요율이 뒤집어 말하면 “연 600만원에서 900만원 한도를 꽉 채우면 최대 148만5천원(좀 더 정확히는 납입액 × 요율)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숫자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실제로는 이 한도를 끝까지 채우는 가입자가 전체의 20% 남짓에 그친다. 소득이 있다면 대부분 채우는 게 이득인데, 정보 부족으로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IRP 연금저축 ISA 절세계좌 비교표

IRP, 직장인의 퇴직금 이체를 잡아주는 깔끔한 창구

IRP는 개인형퇴직연금의 줄임말로, 은행·증권사 어디서나 개설할 수 있는 연금계좌다. 역할은 크게 두 갈래다.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바로 현금으로 받지 않고 IRP로 이체해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일과, 근로소득자라면 연 600만~900만원까지 매년 추가로 넣어 세액공제를 받는 일이다.

직장인이 퇴직급여를 받을 때 IRP로 이체하면 퇴직소득세를 미루고, 그 돈을 다시 굴리다가 연금으로 수령하게 된다. 문제는 퇴직금을 현금으로 받을 때 세금을 당장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체 타이밍을 놓치면 과세가 바로 이뤄지니, 퇴직이나 이직 시점에는 IRP 통장을 하나 열어두는 편이 안전하다.

세액공제 측면에서 IRP의 강점은 운용 상품 폭이다. 주식형 펀드부터 채권, 예금까지 담을 수 있어 성장형 포트폴리오를 짜고 싶다면 자유도가 높다. 대신 중도인출이 원칙적으로 어렵다. 주택 구입, 파산, 요양 등 법정 사유가 있어야 연금 개시 전에 돈을 뺄 수 있다. 그러니 2~3년 안에 쓸 돈은 IRP에 넣으면 안 된다. 이 제약을 인지한 상태에서 10년 이상 오래 굴릴 자금을 넣는 게 맞다.

연금저축, 프리랜서와 자영업자에게 더 친숙한 표준

연금저축은 연금저축펀드·연금저축보험·연금저축신탁의 총칭으로, IRP보다 먼저 생긴 대표 연금계좌다. IRP와 세액공제 한도를 합산해 쓰는 건 같지만, 가입 대상이 더 넓다. 근로소득이 없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심지어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는 게 차이다. 반면 IRP는 원칙적으로 퇴직연금 계좌의 성격을 갖고 있어 퇴직급여 이체 기능이 있지만, 소득 없는 사람의 신규 가입에는 제약이 따른다.

프리랜서처럼 소득이 불규칙하면 연금저축이 접근성이 좋다. 소득공제 대상이 되는 납입 한도는 연 600만원(혹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기준으로는 합산 900만원 한도 안에서 IRP와 나눠 쓴다)인데, 없던 소득이 생긴 해에 맞춰 납입액을 조절하기 쉽다. 연금저축펀드는 납입 금액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소득 변동이 큰 사람에게 유리하다.

다만 연금저축도 중도해지 시 불이익은 똑같이 붙는다.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분을 도로 내야 한다. 연금저축보험은 조금 특이해서, 계약 10년 이상 유지 시 일부 비과세 혜택이 붙는 상품도 있지만 그 대신 중도해지 수수료가 클 수 있다. 상품명만 보고 가입하기보다 운용 방식과 해지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연금저축 IRP ISA 선택 기준 비교

ISA, 납입액 공제 대신 ‘수익’에 비과세를 거는 계좌

ISA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연금계좌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납입액에 세액공제를 주는 대신, 계좌 안에서 거둔 운용 수익에 대해 과세를 낮춰준다. 기본형은 200만원, 서민형(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은 400만원까지 연간 납입액에 대해 납입 시점이 아닌 해지 시점에 수익의 일부를 비과세해주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보면 ISA 비과세 한도는 연간 납입액 × 200만원(서민형 400만원) 한도다. 가입 이후 5년 이상 유지하면 운용 수익 중 200만원까지 비과세가 되고, 그 초과분은 9.9%의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니라, 2024년부터 만기 5년 이상 유지 시 이른바 ‘ISA 만기 비과세 한도’가 확대 적용돼서 운용 손익 등을 합친 수익에서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ISA는 원래 연금처럼 장기강제가 아니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열린 계좌다. 대신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면 5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이 커진다. 투자 가능 상품도 국내 주식형 펀드뿐 아니라 ETF, 해외주식 등에 제한적으로 담을 수 있어 포트폴리오를 다소 자유롭게 짜는 편이다. 정리하면 ISA는 “5년을 꽉 채워 운용하면 세금을 아낀다”는 전제로 설계된 계좌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다. ISA는 같은 해에 중개형과 신탁형 등 여러 개로 나눌 수 있지만, 비과세 한도는 가입한 모든 ISA의 납입액을 합산해서 계산한다. 같은 금융사끼리만 묶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타사에 이미 개설한 ISA가 있어도 국세청이 전 계좌 납입액을 한 데 모아 본다는 뜻이다. 가입 순서가 꼬이면 자칫 한도 초과로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 범위에 오차가 생길 수 있으니, 연말에 한 번쯤 홈택스에서 ISA 납입 현황을 확인해두는 게 좋다.

세 계좌를 동시에 쓰는 표준 전략, 순서가 있다

절세계좌를 단독으로만 고민하는 건 아쉽다. 현실적인 표준은 세 개를 병행하는 것이다. 그 순서를 정하면 이렇게 되는데, 먼저 소득이 있고 연말정산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IRP+연금저축 합산 600만~900만원)를 우선 채운다. 이건 ‘내 돈을 냈다가 돌려받는 확정 수익’이라 어떤 투자 성과보다 확실하다.

그다음으로 남는 여유자금을 ISA에 넣는다. 연금계좌는 돈을 빼기 어렵지만 ISA는 만기 5년이 지나면 비교적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어 목돈을 몇 년 굴리기에 적합하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서민형 대상자는 ISA 서민형 비과세 한도가 더 크니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연금계좌 한도를 이미 꽉 채웠고, ISA 비과세 한도까지 다 썼다면 남는 자금은 일반계좌에서 ETF를 굴리는 방식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하나 있다. IRP와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가 ‘합산’이라는 점이다. 세액공제 대상 납입 한도를 계산할 때 홈택스의 연금계좌 조회 서비스를 쓰면 현재까지 납입한 누적액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이 화면에서 본인 구간(총급여 5,500만원 이하 여부)에 맞는 한도를 확인한 뒤, 총급여가 높은 해라면 600만원, 낮은 해라면 900만원을 목표로 잡으면 된다. 두 계좌를 각각 600만원씩 넣으면 합산 한도(예: 900만원)를 초과한다. 초과분에는 공제가 붙지 않는 건 물론, 한도를 넘겨 낸 돈도 해지 시 불리는 이자소득이 과세될 수 있다. 넣고 나서 ‘이미 한도 초과였네’ 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납입 전에 한도를 정확히 계산해두는 게 좋다.

이렇게 정리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정리하면 간단하다. 일단 연말정산 공제를 우선 챙기고 싶으면 IRP 또는 연금저축으로 세액공제 한도를 채운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다음 5년 이상 굴릴 자금이 남으면 ISA에 넣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소득이 없는 프리랜서라면 연금저축으로, 퇴직금 이체를 고려하는 직장인이라면 IRP로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세 계좌를 ‘경쟁’으로 보기보다 ‘용도’로 나누는 걸 권한다. IRP는 퇴직 자금의 보관함, 연금저축은 소득 유무와 관계없이 열 수 있는 세액공제 창구, ISA는 중장기 수익 비과세 계좌로 역할이 겹치지 않는다. 소득 수준에 맞춰 세액공제 한도부터 채우고, 남은 자금을 ISA에 배분하면 같은 돈으로 두 번의 세금 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해마다 연말정산 시즌에만 봐도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