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25년 만에 상속세 체계가 바뀌었다. 최고세율 50%가 40%로 내려가고, 자녀 1인당 공제액은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뛰었다. “이제 상속세가 확 줄었으니 증여보다 상속이 낫다”는 말이 부동산 카페마다 흘러나온다. 진짜 그럴까?
실제로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결과가 다르다. 부동산 1채를 물려줄 때 증여와 상속 중 어떤 게 유리한지는 단순한 공제액 비교로 판단할 수 없다. 자녀 나이, 보유 현금, 부동산 종류, 심지어 사는 지역에 따라 최적의 전략이 갈린다.
증여를 선택해야 하는 3가지 경우
연소득 4,000만 원 직장인 김 대리가 강남 아파트를 증여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증여세율은 최대 50%지만, 10년 단위 공제 한도가 있어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생각보다 부담이 적다.
타이밍을 내 손으로 쥘 수 있다. 상속은 사망이라는 불확실한 시점에 세금이 결정된다. 돌아가시는 날의 공시지가가 10억이든 30억이든 그 가격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증여는 본인이 원할 때 한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간 시점에 증여하면 과세표준 자체를 낮출 수 있다. 2022년 고점 대비 2026년 서울 아파트 값이 일부 지역에서 15~20% 빠진 걸 고려하면, 지금 증여를 선택하는 게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할아버지·할머니 재산의 경우 증여가 유리하다. 직계존속 증여공제는 성인 자녀 기준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이다. 상속세 자녀공제 5억 원보다는 작아 보이지만,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는 경우 세대생략 할증이 붙더라도 2대에 걸친 상속세를 한 번에 피할 수 있다. 할아버지→아버지→손주로 가는 동안 2번의 상속세를 내는 것보다, 할아버지→손주 한 번에 증여하는 게 총 세액이 적은 사례가 실제로 많다.
부동산이 아니라 현금·주식이라면 증여가 더 단순하다. 2026년 개편된 상속세의 공제 혜택은 대부분 ‘자녀공제’와 ‘배우자공제’에 집중돼 있다. 현금과 주식처럼 감정평가가 간단한 자산은 증여 절차가 훨씬 간단하다. 국세청에 증여세 신고서만 제출하면 끝나는 증여와 달리, 상속은 상속인 전원의 동의, 상속등기, 법정상속분 계산 등 절차가 3~6개월 걸린다. 현금 3억 원을 물려줄 때면 증여가 시간과 비용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상속을 선택해야 하는 3가지 경우

2026년 상속세 개편으로 가장 혜택을 본 건 중산층 가정이다. 자녀 2명이 있는 4인 가족이 서울 아파트 1채(공시가 12억 원)를 물려준다고 가정해보자.
개편 전에는 일괄공제 5억 원을 적용해도 과세표준이 7억 원, 산출세액이 1억 80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2026년 개편 후를 계산해보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기초공제 2억 원 + 자녀공제 10억 원(자녀 2명 × 5억 원) = 12억 원이다. 배우자가 살아 있다면 배우자공제 최소 5억 원이 추가된다. 12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상속세가 0원이다. 증여세로 같은 재산을 넘기면 5,000만 원 한도를 제외하고 11억 5,000만 원에 대한 증여세(약 2억 5,000만 원 이상)를 내야 한다. 숫자로 보면 상속이 압도적이다.
배우자가 살아 있다면 상속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배우자공제는 실제 상속받은 금액 기준으로 최소 5억 원,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증여에는 이런 배우자 공제 개념 자체가 없다. 배우자 간 증여공제는 6억 원(2024년 기준, 2026년 8억 원으로 상향)이 전부다. 부부 공동명의로 이미 절세 중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남편 사망 시 아내가 상속받는 재산이 30억 원 이내라면 상속세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상속세 유산취득세 전환이 임박했다. 2026년 1월 시행된 개편안 외에도 정부는 2028년을 목표로 과세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개편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각 상속인이 실제 받은 금액에 개별 과세되므로, 상속인이 많을수록 세 부담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2028년 이후 상속을 계획하고 있다면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종류별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아파트, 빌라, 상가, 토지 — 같은 부동산이라도 종류에 따라 증여와 상속의 효율이 완전히 다르다.
아파트는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비교적 작아 증여·상속 모두 예측 가능하다. 다만 2026년 7월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에서 최대 80%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종부세 과세표준이 올라가면 보유 기간이 긴 부동산일수록 매도 시 양도차익이 작아지므로, 증여 시점을 앞당기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상가·토지는 증여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상가와 토지는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가 많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상업용 부동산의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평균 65% 수준이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증여세를 계산하면 실제 가치보다 낮은 금액으로 과세된다. 상속은 상속 개시일 기준 공시지가가 적용되므로, 공시지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면 증여가 더 절세에 유리하다.
지방 미분양 주택 특례는 2026년이 마지막 기회다.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양도세·종부세 중과 배제 혜택이 2026년 12월 31일까지 연장되었다. 취득가액 기준이 6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상향되어 대상이 더 넓어졌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주택을 증여나 상속으로 물려줄 때도 중과 배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으니, 해당 지역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2026년 내에 정리하는 게 유리하다 (국세청 종합부동산세 세율 안내).

증여세와 상속세,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
어느 하나만 고를 필요는 없다. 증여와 상속을 결합하는 전략이 가장 실용적인 해법이다.
자녀에게 아파트를 물려주려면 10년 단위 증여공제(성인 자녀 5,000만 원)를 매년 활용하면서, 나머지 재산은 상속으로 남겨두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시가 20억 원짜리 아파트가 있다면, 자녀 2명에게 각각 5,000만 원씩 3년 동안 증여하면 3억 원이 비과세로 넘어간다. 남은 17억 원에 대해 상속이 개시되면, 2026년 개편 공제(기초 2억 + 자녀 10억 = 12억)를 적용해 5억 원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내면 된다.
이 전략의 장점은 단순하다. 증여로 비과세 한도를 미리 소진하고, 나머지는 상속의 넉넉한 공제 혜택을 받는다. 세율이 높은 구간을 증여가 아닌 상속으로 넘겨 40% 최고세율로만 과세되도록 설계한다.
2026년, 지금 당장 해야 할 3가지
보유 부동산의 공시지가와 예상 상속세를 계산해보라. 자녀 수와 배우자 유무를 고려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현금성 자산이 있다면 10년 단위 증여공제를 활용해 지금부터 분산 증여를 시작하라. 기다리면 손해다. 자녀공제가 확대된 상속세 개편과 증여공제는 별개 제도이므로, 증여공제 한도를 먼저 활용한 뒤 상속을 준비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다.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라. 이 글은 참고용이며, 실제 상속·증여 상황은 가족 구조, 자산 구성, 부채 비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국세청 홈택스의 상속세·증여세 계산기를 먼저 돌려본 뒤, 세무사와 1:1 상담을 권장한다.
링키디아의 다른 부동산 세금 관련 글인 2026년 ISA 계좌 개편, 일반형·서민형·국내투자형 중 내게 맞는 건?과 모르면 매달 30만원 더 내는 자영업자 세금, 2026년 절세 전략 5도 함께 읽어보면 재테크 전체 그림이 잡힌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세무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절세 전략은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이 글을 작성한 링키디아(LinkiDez)는 부동산 세금, 재테크, 경제 트렌드 정보를 제공합니다.